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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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야기

빈센트 반 고흐

by jameshoon 2021.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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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반고흐 자화상 촬영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은 벽에 걸린 것이 아니라 허공에서 갑자기 떠오른다. 그의 메마른 눈이 나를 통해 앙상해지는데, 삽시간에 나는 벌거 벗겨지고 덜덜 떨게 된다. 꾸미지도 수사도 없는 그림이 나의 역사를 통해 완성되는데, 겁이 나서 견딜 수가 없게 된다.

 

내가 나를 어쩔 수 없다는 시시콜콜도, 빨간 머리와 스모키 화장의 연원도 염라 앞에 무릎 꿇은 쥐새끼가 된다. 검열의 푸른 눈은 아른아른한 화풍과 만나서 죄를 캐묻는 불덩어리 매질이 되고, 왜 미친놈처럼 귀를 잘랐는지 나의 미침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그날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죄악을 실토하고, 멀리서 왔으니 보내 달라고 읍소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도처의 푸른 눈들이 저 개새끼 도망간다고. 저 죄 많은 목숨이 살려고 한다고. 살아 돌아가도 푸른 눈을 네 이마에 달아 주겠다고.

 


 

빈센트반고흐 자화상

빈센트 반 고흐는 거울을 보고 거기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말하자면 그림의 자화상은 왼쪽을 보고 있지만, 실제 고흐는 오른쪽을 보면서 그림을 그린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이 사실이 고흐의 현실과 이상의 자아가 자화상처럼 뒤바뀌어 그 불일치에서 오는 갈등이 삶을 괴롭혔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현실의 나와 이상의 나 사이에서의 갈등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두번씩 겪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끝내 이 불일치의 갈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자화상의 눈빛을 보고 있으면 삶의 여러 어깃장들을 고민하는 내 마음을 정확히 관통 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한동안 그 눈빛을 보고 있으면 나를 태워버릴 것 같은 화끈한 느낌마저 든다. 내가 가진 죄책감, 미안함, 후회 따위의 감정들을 단번에 묶어 이 더러운 것들을 보란 듯이 앞으로 내미는데, 그림에 문외한인 내가 그림 하나로 이토록 큰 감정의 동요를 느끼리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나에게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은 네 죄를 실토하라는 염라대왕의 호통이고, 합리와 수사로 가려진 내 천진을 찾으라는 일갈이고, 삶의 문제를 회피하지 말라는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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