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 이야기1 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은 벽에 걸린 것이 아니라 허공에서 갑자기 떠오른다. 그의 메마른 눈이 나를 통해 앙상해지는데, 삽시간에 나는 벌거 벗겨지고 덜덜 떨게 된다. 꾸미지도 수사도 없는 그림이 나의 역사를 통해 완성되는데, 겁이 나서 견딜 수가 없게 된다. 내가 나를 어쩔 수 없다는 시시콜콜도, 빨간 머리와 스모키 화장의 연원도 염라 앞에 무릎 꿇은 쥐새끼가 된다. 검열의 푸른 눈은 아른아른한 화풍과 만나서 죄를 캐묻는 불덩어리 매질이 되고, 왜 미친놈처럼 귀를 잘랐는지 나의 미침도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그날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죄악을 실토하고, 멀리서 왔으니 보내 달라고 읍소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도처의 푸른 눈들이 저 개새끼 도망간다고. 저 죄 많은 목숨이 살.. 2021. 3. 11.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