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이 공개되면서 언론이 수많은 기사를 써내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은 공시가 '쇼크', '세금폭탄', '종부세 폭탄'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내고 있다. 내용은 대부분 공시가가 올라 종부세 세액과 대상자가 대폭 증가했고, 이 보유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은퇴한 1주택자까지 종부세 폭탄을 맞을 거라는 우려 섞인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언론들이 말하는 '폭탄'과 '쇼크'의 실체에 대해 알아보자
1. 은퇴한 1주택자 종부세 폭탄 프레임
우선, 은퇴한 고령의 1주택자는 종부세 증가폭이 미미하다. 종부세는 보유기간과 연령에 따라 최대 80%까지 세액을 공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세 17억 원, 공시가 12억 원 짜리 아파트에 10년째 거주하는 60세 집주인이라면 재산세 370만 원과 종부세 49만 원이 부과된다. 만약 이 아파트를 부부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다면 부부는 별도로 세금을 부과하므로 종합부동산세는 없다.
2. 서민, 중산층도 위협하는 종부세 폭탄 프레임
종부세는 공시가 9억 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할 경우 부과되는 세금이다. 일부 언론은 종부세가 그동안 강남부자들의 세금이라고 불렸으나 공시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평범한 강서, 성북구의 1주택 소유자까지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이 7억 3,400만원에서 9억 4,500만원으로 인상되면서 작년까지 내지 않던 종부세를 20만 원 내게 됐다. 동작구 상도동 ‘힐스테이트 상도 프레스티지’와 신길동 ‘신길 센트럴 아이파크’ 등도 84㎡가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고 거론한다.
실제 아파트 이름을 거론하며 일부의 사례를 전체처럼 호도한다. 실제 올해 기준 전국 공동주택 중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의 비율은 3.69%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작년 통계를 보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해 주택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는 66만 7천 명. 세액은 1조 8,148억 원이다. 그런데 다주택자 37만6천 명이 1조4,960억 원을 냈다. 그러니까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의 절반 정도인 다주택자들이 전체의 82%를 납부한 셈이다. 1주택자가 낸 종합부동산세는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올해 공시가 상승으로 1주택자 중 종부세 납부자가 소폭 상승하겠지만 종부세의 대부분이 다주택자가 낸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일부 언론이 종부세가 여유 자금이 부족한 서민·중산층만 잡는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3. 재산세의 급격한 증가 프레임
강남구 대치동의 래미안 '대치펠리스' 34평은 기존 종부세 50만 원에서 올해 250만 원으로 증가했다. 4배가 넘는 상승폭에 '폭탄'이라는 단어가 어울려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주택은 시세는 7년 전 13억 원에서 현재 31억 원이다. 주택의 시세 상승분은 제외하고 늘어난 종부세의 총액만 비교하는 희한한 계산법이다.
이런 계산법을 바탕으로 가계소득 감소, 내수경기 침체까지 연결짓는 논리의 비약은 목불인견에 가깝다. 내 재산은 늘어나도 세금은 내고 싶지 않다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 수 없다. 세금은 자산의 크기와 소득의 크기에 따라 납부를 해야하는 것이 적절하고 그것이 민주국가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주택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일은 올해 6월 1일이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은 6월 1일부터 20%에서 30%로 상승한다. 정부의 메시지는 2가지로 명확하다. 공시가를 시세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올려 시세차익만큼의 세금을 부과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는 것. 그리고 양도세율 중과 시기를 고지하여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4. 세부담 증가를 과대포장하여 얻는 반사이익
앞서 언급한 일부 언론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 정치적으로는 노선이 명확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보수지로 대표되는 언론들인데, 이들이 현 정부의 조세정책을 자극적인 언어로 과대해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세부담 이슈 그 자체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보다 면밀히 분석해 봐야한다. 정부의 의도대로 과도한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할 수 있을지 정부의 정책판단 미스로 인해 시장과의 괴리가 발생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 그러나 이 언론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정부정책의 성패가 아니다.
과대 포장된 언어 그 자체에 있다. 언론이 지향해야할 언어는 사실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데 있으나, 이들의 언어는 과장과 설득, 그리고 수사로 점철되어 있다. 설득과 수사와 과장은 전형적인 프로파간다(propaganda, 선전,선동)의 언어다. 기사가 프로파간다의 언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소비자를 설득하고 선동하여 그들이 의도하는 의식을 이끌어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여러가지 입장과 이유로 정부정책에 반대하거나 찬성할 수 있지만, 개별정책의 호불호와 정당과 인물 선택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그런데 언론은 이를 한데 묶어 이런 정책을 입안하는 정권과 그 인물을 동일시한다. 이 동일시는 곧 정당선택에 영향을 주게 되고, 그 방향성의 단초를 기사가 제공하는 구조다.
쉽게 말해 앞으로 있을 서울 시장 보궐선거나 대선 등에 영향을 주기 위한 선동이라는 말이다. 이 선동의 목적이 앞서다보니 최소한의 논리적 정합성도 맞지 않는 정책비판 기사가 쏟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치공학적 계산이 담긴 기사는 정치면 기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런 기사가 생산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소비자들이 정책 비판의 탈을 쓴 사실상의 선거운동임을 인식하고 비판적 의식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일부 언론은 자극적인 언어로 유권자를 선동하여 자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정권의 잉태를 지향해왔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은 이런 언론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정 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강할 수록 선동적 언어에 쉽게 감화된다. 내가 가진 의심과 비판점을 기사가 구체적으로 입증해주기 때문에 과연 그렇다는 인식이 강화된다.
정당과 인물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미디어가 생산하는 프로파간다를 기반으로 그 호불호가 결정된다면 결국 그 유권자는 해당 미디어의 이익에 부합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제부터라도 비판적인 사고로 언론의 언어를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좌우를 막론하고 프로파간다의 언어는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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