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때문에 난리입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체감이 안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안심 하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알고 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거든요.
아직까지는 뉴스에서만 보는 이야기지만 디젤 승용차 차주들이 문제라고 체감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됐다는 말이 되는겁니다.
이걸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정말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 알아보려 합니다
요소수가 뭘까?
요소수는 환경규제 때문에 디젤 자동차의 필수품이 된 물질입니다. 디젤 엔진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걸러주는 SCR 장치를 작동하는데 필요한 연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게 없으면 시스템적으로 디젤 자동차의 시동을 걸 수 없거나 주행하는데 문제가 발생합니다. 한마디로 디젤 자동차의 또 다른 연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주 쉽게 이해하자면 자동차에 들어가는 휘발유가 모두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이해하셔도 무방할 것입니다.
중국과 호주의 갈등
요소수 대란의 원인은 호주와 중국의 무역 분쟁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호주와 중국의 사이는 2016년부터 안좋아지기 시작했죠.
호주 정부가 코로나-19의 원인은 중국이라는 이유를 들며 중국을 멀리 합니다. 이렇게 나온 게 화근이었습니다. 호주 정부의 태도에 심사가 뒤틀린 중국이 급발진을 한 겁니다.
중국은 호주에 즉각 경제보복을 가하기 시작합니다. 호주산 쇠고기 수입 규제를 시작으로 보리랑 와인에도 높은 관세를 불구하고 석탄수입을 금지시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어차피 우리는 호주 없어도 다른 데서 석탄을 구입하면 되니까라고 생각했지만, 호주만큼 값싼 가격으로 대량으로 구매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겁니다.
석탄 화력발전으로 국가의 전력 대부분을 생산하는 중국은 자연스럽게 전력난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원래 중국은 석탄 수입의 차선책으로 선택한 나라가 아프리카 기니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쿠데타가 발생하게 되면서 공급길이 완전히 막혀 버리게 됩니다.
여기에 중국은 현재 대규모 관급 공사를 여기저기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는 말이죠.
사태가 이렇다보니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전력난이 시작되니까 전기공급이 안 되고 전기공급이 안 되니까 공장들도 가동이 안 되면서 요소수를 생산하던 공장도 멈추게 됩니다.
요소수 대란의 진짜 문제
쉽게 생각하기에는 요소수 문제가 디젤 차 타는 사람들한테만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너무 1차원적인 생각입니다.
요소수 대란이 심각하다고 말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크게 다섯 가지로 설명 드릴 수 있는데요.
일단 첫 번째는 국내에 쌓여있는 재고물량이 11월 말이면 모두 동 날 것이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요소수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롯데정밀화학입니다.
여기에 요소의 원료인 암모니아도 가장 많이 수입하는데,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11월 말이면 모두 소진될 거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요소수 대란 → 물류 대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피해가 일상으로 침투하게 됩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두 번째 피해 물류 대란으로 이어집니다.
디젤 승용차 같은 경우는 보통 1만 ~ 2만 킬로에 한 번씩 요소수를 주입합니다. 거의 1년에 한 번 정도 필요하다는 소리죠. 고배기량 디젤차는 2년에 두 번 정도구요.
그런데 대형 트럭들은 한 달에 두 번, 많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넣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엔진도 워낙 크고 주행거리도 일반 승용차로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죠.
들어가는 양도 일반 승용차의 5배 정도 됩니다. 이 말은 굉장히 빠른 시일 내에 대형 화물차들의 운행이 모두 중단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도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트레일러를 몰고 다니는 기사님이 요소수 사재기를 멈춰달라는 호소글을 작성한 건데요.
"리터 당 평균 천 원 정도 하던 가격이 만 원 가까이 혹은 그 이상 오른 상황이다. 물류 대란과 물가 폭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요소수 사재기를 멈춰달라"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물류대란 → 물가상승
이게 자연스럽게 세 번째 피해로 이어집니다.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건데요. 이제부터는 디젤차를 타지 않는 사람들도 요소수 대란의 피해를 체험하게 됩니다.
이건 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공급-유통-수요 크게 보면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그런데 공급 이전에는 뭐가 있나요. 공급에 필요한 원자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과정이 추가 됩니다. 이 생산과 유통에는 화물차가 필요하고요.
예를 들어서 자동차를 만들 때 들어가는 철을 화물차 100대로 운반했다고 가정해보면 일주일 사이 화물차가 10대로 줄었다면 생산에 차질이 생겨 만들어지는 물건이 줄어들고, 시장에 공급되는 물건도 줄어듭니다.
물건이 줄어들면 그 물건은 귀해지고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크게 보면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사라지니까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는 거죠.
문제는 이게 일반 공산품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형 디젤 엔진은 건설 현장에서도 쓰고 있고요. 사람을 옮기는데도 쓰이고 공항에서도 쓰입니다.
이게 자연스럽게 네 번째 피해인 일상 서비스 마비로 이어집니다. 공항에서 쓰는 디젤차들이 요소수가 없어서 운행을 못 합니다.
이렇게 되면 공항 운행에 차질이 생겨 비행기로 수입하고 수출하는 모든 물건들의 공급에 차질이 생깁니다. 재료들을 공급받아서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도 피해를 보게 되고. 공장에서 물건 생산이 줄어드니까 수요자들은 물가 상승으로 피해를 보게 됩니다.
좀 더 작게 볼까요? 당장 소방차, 구급차 이런 긴급 차량들도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소방차들 모두 디젤 트럭을 씁니다. 구급차도 거의 대부분 디젤 스타렉스 입니다.
택배 차는 또 어떻구요? 전기 트럭이 많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디젤 트럭이 대부분입니다. 택배차들이 요소수가 없어서 운행을 못하면 요소수 대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택배 대란까지 생기는 거죠.
택배 기사님들이 하루, 이틀만 파업해도 대란이라고 하는데 전국에 있는 택배 트럭들이 시동이 안 걸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대란이 아니라 마비로 이어지겠죠. 택배만 문제인가요. 식자재도 디젤 트럭으로 운송 합니다. 식당들이 재료를 못 받고 마트에 물건이 공급되지 않으면 결국은 이 피해가 전국민에게 퍼진다는 겁니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은 한국만 그런 게 아니죠. 모든 나라가 이런 구조의 공급과 유통과 수요로 시장이 돌아갑니다.
이게 다섯 번째 피해인 디젤 승용차 운행 차질로 이어집니다. 디젤 트럭은 관련 종사자 많다는 거지만 디젤 승용차는 누구나 탑니다.
물류산업과 크게 상관 없는 일반 시민들도 본격적으로 피해를 보기 시작하는 거죠. 당장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요소수가 없어서 시동이 안 걸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답답한가요.
조금 더 나아가서 디젤 승용차 수요 감소로도 이어집니다. 연료가 없는데 그 차를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자동차 제조사도 피해를 받게 되고,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부터 시작해서 유통업체까지 줄줄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결국 이 다섯 가지를 정리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요?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계시겠죠. 일부러 시간 순으로 피해를 나열해 드렸습니다.
국내에 남아있던 재고가 떨어지면 물류 대란으로 이어지고, 물류대란은 곧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피해가 일상으로 침투한다는 겁니다.
코로나-19 상태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숫자로만 따지면 코로나 감염자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나는 안 걸렸는데 대체 뭐가 심각하다는 거야?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보셨을겁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크고 작은 피해가 모든 사람들한테 번졌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불편한 마스크를 이제는 필수로 착용해야 하고, 친구랑 저녁에 술 한잔 하려해도 정작 가게들이 문을 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시민들에게는 작은 불편이 생겼고,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게 됐고, 의료진들의 희생은 일상이 됐고, 소중한 친구와 가족을 잃게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국 크고 작은 피해들이 모든 이들의 일상과 연결되고 더 심각해지면 대란과 마비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지금 요소수 대란이 바로 같은 문제입니다.
일단 이 피해를 가장 크게 체감하는 건 물류 종사자들일 겁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 말씀드린 5가지 단계로 일상생활에서도 피해를 체감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이 말은 요소수 대란 문제가 빠르게 해결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아쉽게도 희망적인 이야기로 끝나긴 힘들 것 같습니다.
사실 해결책이라는 건 희망적으로 이야기하면 좋겠지만, 이런 문제일수록 냉정하게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안 되는 걸 된다고 말하는 것처럼 무책임한 행동에 불과합니다.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명확하게 인지해야 일선에 있는 전문가들이 해결을 위한 다른 방안을 찾고 모든 사람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할겁니다.
일단 이번 요소수 대란은 단기적인 해결책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모든 해결책이 장기적인 것들인데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요소수의 국산화입니다. 이걸 빨리 해결 버리면 좋겠지만 공장도 새로 지어야 하고 유통망도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요소를 수입해서 요소수를 만들어야 하는데 요소 확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국도 현재 석탄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못 쓰는 상황이라 다른 나라에서라도 수입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일본, 유럽, 러시아 등도 생산설비는 있지만 전 세계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수출규제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수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거죠. 결국 국내 생산체계를 어떻게든 만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데 핵심원료인 암모니아의 국내생산을 늘리는 것이 1차적입니다.
한국은 암모니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암모니아 같은 원료를 요소로 바꾸는 설비를 신속하게 구축하기도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국내 생산화가 꼭 필요합니다.
과거 일본제품 불매운동 때와 비슷한 점이 여기서도 보이죠.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이 세 가지가 일본에 의존하는 3대 소재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요소수 해외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를 통해 확실하게 배웠잖아요. 이게 두 번째 해결책인 대체 촉매제 개발로 이어집니다.
디젤 차가 없으면 가솔린 차를 타면 되는 것처럼 요소수가 없으면 또 다른 물질을 촉매제로 만들면 됩니다. 실제로 한국화학연구원이 요소수를 대체할 촉매를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내년 3월 연구과제 완료 시점에 디젤차 엔진 시험도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장기적인 계획 중 하나이긴 하지만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당장 상용화 할수는 없지만 내년 3월 엔진시험, 내후년에 자동차 구동시험까지 완료하면 상용화는 시간문제라고 합니다.
이미 현대차그룹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글로벌 규제에 맞춰서 차를 개발하고 있어서 이 기술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노후차량에 우선 도입할 수 있다는 게 한국화학연구원의 설명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해결책은 경제적 관점으로 봐야 하는데요. 미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를 간단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중국의 경제 구조상 미국을 이게 어렵다고 말하잖아요. 실제로 중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굉장히 취약합니다. 다른 나라와 시비가 붙어서 그게 경제보복으로 이어지면 결국 중국도 큰 피해를 보기 시작합니다.
미중 무역 전쟁 때 이 논리가 많이 활용되는데, 미국이 중국보다 위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국은 원료 생산도 그렇지만 제조업이 굉장히 부흥한 나라입니다.
셰일 혁명 때 제조업이 부흥했기 때문에 해외에 나갔던 제조 공장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이 가능한 나라입니다.
자동차 같은 큰 공산품 뿐만 아니라 연필같은 생활 용품도 국내에서 생산할 정도로 제조법 기반이 탄탄하게 때문에 미국이 경제 전쟁에서 항상 우위를 가져가는 겁니다.
이건 우리나라 사례와는 조금 다르지만 중국의 원유나 LNG도 미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결국 이런 전쟁에서 피 터지는 건 중국이라는 거죠.
이걸 우리나라의 대입해보면 일단 제조업에서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원료 같은 경우는 수입처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해외가 어떻게 움직이던 우리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게 가장 좋으니까요. 이렇게 되면 이런 대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줄어들고 무역 전쟁이나 경제보복 같은 키워드에서도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장기적으로 보면 꼭 필요한 것들이라서 지금부터라도 빠르게 움직이는 좋을 것 같습니다.
아예 대형 트럭들을 친환경차로 바꾸자는 의견도 있고, 휘발유 차로 바꾸자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것도 부분적으로 본다면 가능합니다.
1톤 트럭 정도는 전동화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대신 문제는 대형 화물차인데 이런 차들은 CNG(액화천연가스) 엔진으로 대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현실적입니다.
대형 화물차는 전동화가 조금 거리가 있는 게, 디젤 엔진만큼의 토크를 발휘함과 동시에 배터리의 효율도 중요하므로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아직 이건 연구 개발단계라고 볼 수 있어서 이것도 완전 대중화가 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이래서 단기적인 해결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거고요.
그렇다고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건 아닙니다. 지금 요소수가 진짜 필요한 곳이 의료와 긴급서비스쪽이죠.
앞서 언급했던 화물차 기사님의 말처럼 사재기라도 제발 멈춰 주면 좋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진짜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공급라도 해줘야 그나마 시장에 돌아가기 때문에 모든 분들이 심각성을 함께 인지하고 서로 도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생계유지를 위한 필수 수단을 끊는 것만큼 잔인무도한 행동이 없습니다. 부디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어서 우리 일상에 큰 지장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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