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담할 때 상대를 가리지 않고 당부하는 몇 가지
1. 다정함과 친절은 체력에서 나옵니다.
자꾸 싸우게 되거나 섭섭하거나 미안해지면, 우선 잘 자고, 잘 드시고, 가능하다면 근력 운동을 하세요.
2. “불행”이 인생의 기본값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완전히 행복할 수 없고, 웃고 있는 얼굴 뒤로 다들 기구한 사연들이 있다는 거 모르지 않지요?
어느 순간 나를 웃게 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다행입니다.
3. 나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렵거나 참 싫은 내 성격 중, 많은 부분은 누군가 나를 잘못 키웠거나, 내가 부당한 대우를 당했기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성격의 많은 부분은 “랜덤하게” 유전됩니다.
4. 당신이 “억울해지는 선택”은 건강하지 않은 선택입니다.
그런 방식으로 당신을 피해자로 포지셔닝 하지 마세요.
4-1. 어쩌다보니 지나고 나면 자꾸 억울해지는 일이 쌓이고 있다면 내가 억울해질 만한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 보세요.
5. 나쁘게 생각하는 것도 습관일 수 있습니다.
나쁘게 생각하는 습관을 없애려고 하지 마세요. 좋게도 생각하는 습관을 새로 만들어서 밸런스를 맞춰요.
6. 습관을 새로 만들려면, 아주 억지스러운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기 싫어도 잘 안 되어도 그냥 해야 됩니다.
이유식 처음 먹는 아이는 숟가락 쥐는 것도 서툴러요.
그렇다고 먹여 줘 버릇 하면, 혼자 깨끗하게 먹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필요하다면, 그냥 해요.
7. 불안하고 우울하고 초조한. 등등의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감정들은 당신이 고독하게 혼자 남겨지더라도, 당신과 함께할 유일한 친구일지도 모릅니다.
나쁜 감정들도, 당신에 의해, 당신을 위해 당신이 만든 것들입니다. 예뻐해 주시고 친해져 봐요.
8. 감정이나 습관에서, 중요한 건 밸런스입니다.
나쁘고 불편한 게 너무 많은 게 문제가 되는 건, 좋은 게 별로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나쁜 걸 없애려는 노력보다, 좋은 걸 늘리려는 노력이 더 효율적이고 건전하며 부작용이 적습니다.
9. 거울에 비친 나조차도, 내 마음에 쏙 들지 않고 내 마음도 내 행동도 내 건강도 내 맘 같기 어렵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을 굳이 해야지 되나?”, “알아서 도와주지”라고 생각하는 건, 거의 기적을 바라는 겁니다.
10. 우리를 밑바닥까지 내려가게 하는 사람 중 으뜸은 가족입니다. 보통 가족은, 옆에 없으면 그립고 가족과 함께 있으면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더 많지요. 가족과 함께 있으면, 대체로 짜증이 납니다.
11. 가족이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그 누구도 당신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족도 그렇구요.
그리고 당신도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12. 이런 맥락에서, 희생과 양보는 당연한 게 아닙니다.
누군가의 희생과 양보를 받았다면, 고마워해요.
마음에서 감사가 우러나지 않는다면, 그건 지금 당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
13.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는 희생과 양보를 (당)하고 있다면, 당신은 피해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건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원치 않는 양보와 희생을 선택한 이유가 “혼나는게 싫어서” 또는 “관계에 갈등이 표면화되는 게” 싫어서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14. 섭섭함과 실망은 “기대”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입니다.
섭섭해지기 싫고 실망 때문에 괴롭다고, 기대를 낮추려고 하거나 기대 자체를 안 하려고 하지 마세요. 잘 안 됩니다. 기대를 현실화하세요.
14-1. “기대를 현실화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뭔지 궁금해 하시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
일반적인 기대를 예로 들면 “내가 이렇게 노력했으니까 이번엔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겠지” 이런 식의 기대는, 딱히 비현실적인 건 아닌 거 같지만 세상일이 그렇지 않더라구요.
인풋과 아웃풋은 비례하지 않습니다. 내가 노력한다고, 내가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오는 일은 사실 되게 드물어요. 내가 너에게 이만큼 정성을 기울였으니 너도 뭔가 바뀌겠지, 내가 너한테 이만큼 투자를 했으니, 너도 뭔가 나한테 내놓겠지, 어떤 면으론 이런 기대를 가질 수도 있지 싶죠?
하지만 상상을 해 봐요. 누군가 관심을 갖고 잘해 줘요. 아침에 눈뜨면 아침 먹었냐고 물어보고, 아침을 차려 줘요. 오늘은 일을 가는지 물어보고, 다녀오면 또 밥을 차려 준다고 해요. 되게 고맙죠. 근데 난 아침을 안 먹는 사람이라면요? 집밥보다 외식을 좋아한다면요?
기대를 현실화한다는 건 내가 처한 현실과 세상살이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들이는 노력과 결과의 한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거요. 노력이 배신을 안 하고 공든 탑이 무너지진 않겠지만, 노력한 양과 질이 결과를 담보하진 않더라고요.
남편이라면, 자식이라면, 아내라면, 부모라면, 무릇 상식적으로 이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냐? 류의 생각은, 상식을 가장한 개인의 신념이고, 사람에 대한 기대에 더 가깝습니다.
저 역할로 상대방을 덧씌워서 그 사람이 진짜 가진 어떤 면을 부정하거나, 비난을 하면 당하는 사람은 무척 곤혹스럽고 억울할 거예요. 그냥 뉴스 같은 것만 봐도 아니 어떻게 저런 게 부모지? 아니 뭐 저런 인간 같지도 않은 게 있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냥 저런 것도 부모고 저딴 것도 인간이더라고요.
어쩌면, 인간이라는 게 그렇더라고요.
내가 옳다고 배워온 거 내가 괜찮다고 여기는 범위에서 심~하게 벗어나는 사람들이 분명 세상에 존재하고 그리고 사람들은... 사람이죠. 그 사람들도 그냥 사람..이더라고요.
내가 나로서 온전히 수용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기대가 있었는데 나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인간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었더라고요. 내가 뭐라고.
여전히 어떤 부류의 사람에게 한심함을 느끼고 답답합니다.
여전히 부모답지 않은 행태를 보면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근데... 저런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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